이마가 바닥에 닿기 직전부터 입으로 숨을 내쉬기 시작하여, 접족례를 하고 합장할 때(호)까지
숨을 길게 내쉬는 것이 저절로 되게 해야 합니다.
[수행속으로]청견 스님에게 듣는 절수행
“호흡으로 절 수행 효과 극대화”
청견 스님이 말하는 절의 바른 자세. 1번부터 7번까지의 자세에서 볼 수 있듯이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흡흡호’로 하면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어 호흡 맞춰 108배 3회를 45분에 하는 것이 효과적
부처님, 사찰, 스님과 함께 ‘불교’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절’이다. 두 손을 단정히 모아 합장한 자세로 하는 절은 불(佛) · 법(法) · 승(僧) 삼보(三寶)에 대한 예를 올릴 때 하는 기본 행위다. 또 상대방에게 자신을 낮추고 하심(下心)하는 지극한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다이어트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기도 하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좁은 공간을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절을 배우려는 사람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절 수행의 방법과 의미를 청견 스님(부산 법왕정사 주석)으로부터 들어본다. 청견 스님은 30여년 동안 700만배를 한 자타공인 절 전문가이며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매주 절수행 지도를 하고 있다.
#최상의 공양, 절!
“하(下)의 절은 읍(揖, 합장)하는 것이요, 중(中)의 절은 꿇어앉는 것이며, 상(上)의 절은 머리를 숙여 발에 절하는 것이니 이것이 최상의 공양이다”《대지도론》
두 무릎과 두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붙여 온몸으로 예배하면서 양손으로는 상대를 받드는 모양을 취하는 절은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도 한다. 더 이상 낮출 수도 없기에 부처님은 여러 경전을 통해 최상의 공양이라고도 말씀하셨다.
절과 관련한 일화는 전설처럼 전해져온다. 화가 한경혜씨는 7살 때부터 20년이 훨씬 넘는 기간 절을 하며 신체의 장애를 극복했다.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은 불자들에게 혹독한 3000배를 시켜 불자로서 하심하는 것부터 배우도록 했다.
그러나 이제 절은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것이 되고 있다. 여러 실험과 연구를 통해 절의 운동 효과는 이미 증명됐으며, 마음 수련에도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제3의 수행법으로 절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쉽지만, 일단 시작하면 적지 않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절은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부산 법왕정사에서 불자들이 참선 교육을 받기에 앞서 절을 하고 있다.
#호흡을 관찰하라
청견 스님은 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에 있다고 잘라 말한다. 무작정 하다가는 오히려 신체적 고통만 커질 뿐 수행으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자. “합장하고 일어서며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흡), 다시 기마자세로 무릎 꿇으며 코로 또 숨을 들이마시고(흡), 손 짚고 앞으로 살짝 나가며 발 포개고 몸을 접어 엉덩이를 뒤꿈치에 대고 이마가 바닥에 닿기 직전부터 입으로 숨을 내쉬기 시작하여, 접족례를 하고 합장할 때(호)까지 숨을 길게 내쉬는 것이 저절로 되게 해야 합니다. 또 들숨은 코로 짧고 간명하게, 날숨은 입으로 길고 가늘고 부드럽고 고요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108배, 1080배는 물론이고 3000배를 하더라도 힘들지 않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청견 스님의 주장이다. 스님은 “400만배 정도를 하고 나서야 이렇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알았다”며 “이렇게 하면 몸속으로 좋은 기운은 들어오고 노폐물은 빠져나가 집중력과 인내력, 삼매력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부산 법왕정사에서 26일째 단식을 하며 3000배 정진을 하고 있는 한 비구니 스님은 “호흡법을 통해 심신을 다스리며 절을 하고 있다”며 “힘들이지 않고 계속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청견 스님은 오전 5~7시, 저녁 9~11시가 절하기에 좋은 시간이며, 가능하면 저녁 9~11시에 할 것을 권한다. 하루의 피로도 풀고 잠자기 전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호흡에 맞춰 108배 3회를 45분 정도에 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며, 업장 소멸이나 심신건강을 위해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3000배나 1080배를 하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청견 스님.
#일배(一拜)마다 정성을 쏟는 게 가장 중요!
절은 수행으로서 아만심을 없애고 인욕심과 삼매력이 증진되며 불자로서 신심을 다질 수 있게 해준다. 또 참선과 염불, 주력, 사경 등 다른 수행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머리는 차고 발은 뜨겁게 하는 수승화강(水乘火降)이 자연스럽게 돼 건강해지며, 복식호흡과 단전호흡의 효과도 맛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를 논하기 앞서 꼭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절을 일배 일배 할 때마다 필요한 지극한 정성이다.
청견 스님은 “절을 단순한 운동이나 의식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수행법과 마찬가지로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생활도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스스로 내실을 다질 수 있어야 한다는 따끔한 질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