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의 글방
들깨
moduga7
2017. 10. 13. 22:35
들깨
회색빛 알갱이 하나 땅속에 뭍혔다
몇 일 사이에 연록의 새싹으로 태어났다
비가오고 바람불고 사랑으로 키우지만
때로는 호된 태풍과 목마른 가뭄으로
시련을 가르키며 여름을 지냈다
가을이 되면서 훌쩍 커버린 녀석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려 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를 불러 어른이 되었다
노오란 잎은 짱아치 되어 밥상에 오르고
꽃이 진 자리마다 회색빛 알갱이가 자리잡고
잎이 노오랗게 물들일 때면 슬그머니 쓰러진다
따가운 가을 햇살에 갈색으로 말라가면
멍석에 눕혀 도리께에 흠씬 두들겨 맞고
댕그러니 굴러 떨어진다
치에 까불리고 바람에 잡티 날려보내면
들깨의 한해 살이는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난 들깨야